[2호] 마을소식

누구를 위한 주민복지회관인가!

"뭐가 후손들을 위한 길이고!"



변홍철(청도345kV송전탑반대공동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



며칠 전 청도 삼평리 마을회관에서는 소위 '(한전과의) 합의 추진위원'들과 송전탑 반대 주민들(주로 할매들)이 마주 앉았다. 


한전과 '합의 추진위원'들(현직 이장이 포함된 이들은 자신들이 마을 주민 전체를 대의한다고 주장해옴) 사이에 작년 4월 체결되었다고 하는 '합의'에 따라 '주민복지회관' 건립을 추진하고, 이 공사 추진 공정에 따라 한전으로부터 분할하여 '지원금'을 받기로 했으니, 송전탑 반대 주민들도 이에 협조해 달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다시 한번 전달하기 위해 이장이 소집한 자리였다. 


한전이 삼평리 주민복지회관 건립에 지원하기로 한 금액은 총 5억 원으로, 밀양(765kV) 구간과는 달리 개별(가구별) 보상이 없는 청도(345kV) 구간에서는 유일하게 한전의 송전탑 공사에 대한 주민 동의(합의)를 확인하고 이에 대해 마을 차원으로 보상하는 공식적인 돈인 셈이다. 이른바 '마을발전기금'의 형식이다. 


그러나 작년 말부터 삼평리 송전탑 반대 주민들과 대책위는 일관되게 주민복지회관 건립 반대의 뜻을 밝혀 왔다. 한전과의 싸움이 자칫 주민들 사이의 갈등으로 전환되는 부담이 없지는 않으나, 적법한 절차를 밟지도 않고 또 주민 동의를 얻지 못한 부당하고 불법적인 송전탑 공사에 대한 면죄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사진/변홍철>


또 고령의 주민들이 대부분인 이 동네에서, 이미 있는 마을회관조차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으면서 또 복지회관이라는 이름의 건물을 작은 동네 안에 세우는 것은 여러 의미에서 불합리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더욱이 한쪽에서는 2억 2천만 원의 이행강제금 집행문부여 민사소송으로 송전탑 반대 주민들에게 금전적으로 압박하고 치졸한 보복을 하려고 하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주민복지회관 건립 지원이라는 알량한 명목으로 마을에 돈을 지원하는 것은 결국 주민들간의 갈등과 반목만을 심화시켜, 주민간의 화해와 치유, 공동체 회복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처사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다. 


한마디로 한전은 비열하고 기만적이며, 이런 한심한 지원금에 눈이 어두워 자존심을 팔아먹는 '합의 추진위원'들의 행태는 한심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이미 한전 지원금으로 부지는 구입해 놨고, 한전한테서 나머지 3억을 더 받기 위해서는 공사를 추진해야 한다. 후손을 생각해 달라"고 어느 추진위원이 할매들한테 요청한 모양이다. 


우리 할매들의 대답. "비록 송전탑이 섰지만, 그래도 우리가 한전한테 치사하게 돈 받았다고 역사에 남기는 것보다는, 송전탑 끝까지 반대하고 동네 지킬라카다가, 한전 지원금도 당당하이 거부했다, 이런 자존심을 남기 주는 기 진짜로 후손들 위한 길 아이가! 그거 한전 돈 몇푼에 마을 팔아묵었다 카는 소리 듣고 싶나!"


밀양에서 개별 보상을 거부하고 있는 세대가 아직도 225세대나 된다. 그리고 청도 삼평리에는 할매들의 이같은 뜻에 밀려 사실상 주민복지회관 건립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것은 한전의 송전탑 공사가 주민 동의를 제대로 받지 못한 부당한 공사임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경찰의 폭력 없이는, 또 마을을 분열시키고 주민들을 매수한 검은 돈이 아니었다면, 단 한발짝도 진척될 수 없었던 엉터리 공사였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현재 삼평리 내에는 주민복지회관 건립을 막음으로써, 한전 송전탑 공사의 부당함을 끝끝내 밝혀내고, 저 송전탑을 반드시 뽑아내겠다는 주민들의 투쟁이 조용히, 그러나 끈질기게 진행되고 있다. 


아직도 건재한 농성장이, 그리고 하루도 빠짐 없이 그 농성장에 나와 함께 밥을 먹고 이야기꽃을 피우는 할매들의 '농성'이 그 조용한 투쟁을 웅변하고 있다. 


우리의 투쟁은 계속된다.

우리의 삶도 계속된다. 

삼평리에 평화를!

Posted by 이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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