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호] 마을소식

나는 왜 휴가를 삼평리로 왔나

 - 우리는 꾸준히 살아갈 것이다.


박기홍(성서공단노동조합 부위원장)




<사진/박기홍>


휴가로 은둔(?) 하기 좋은 평화센터로 찾아간 다음 날 쌍둥이네 복숭아 농장으로 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 바쁜 농사철에 한 숨 돌릴 참이면 뻔히 보이는 괴물 같은 송전탑에 부아가 치미는데, 그것도 모자라 송전탑투쟁 중에 정당한 항의방문 건이 주거침입으로 둔갑해서 이은주 전 부녀회장이 검찰 조사를 받는 날이었기에 아니 갈 수가 없었다. 검찰 조사를 받고 온 이은주 전 부녀회장은 아무 일 아닌 것 같이 참을 내놓으시면서 검찰조사의 부당성을 이야기하다 울화가 터져 검사 앞에 울고 말았다고... 


쌍둥이네 복숭아 농장 빈대표는 송전탑 투쟁 때문에 복숭아 농사를 제대로 지어보지 못했다고 했다. 서툰 초보농사꾼을 지나고 야심차게 지어볼 참에 송전탑 반대 투쟁에서 뛰어들게 되면서 주위에서 품앗이가 없었다면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 했다. 그러면서 빈대표는 올해는 내 손으로 농사를 잘 짓겠다는 것인데 어김없이 한전의 고소 남발로 주민들을 괴롭히고 있다고 했다. 봉숭아 적과처럼 검찰조사쯤이야 일상이 되어 버린 삼평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적과는 나뭇가지에 너무 많이 달린 어린 열매는 속아내는 일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머리는 굳어지고, 몸은 안 움직이게 되고, 입만 살아 있는 것 같은 나에게는 이번 휴가는 적과와도 같았다. 내가 좋아서 선택했고 그 열정으로 살아왔으며 근데 돌아보니 외롭더라. 의지와 열정만으로 될 것 같았는데 부족하고 나약했더라. 때도 묻고, 경직성은 꼰대로 똬리를 틀고 있더라. 이를 속아내고자 휴가를 떠났고 삼평리를 찾았다.


지난 14년 7월 21일 한전의 기습침탈로 치열하고 비타협적인 투쟁을 보았다. 그 뜨거웠던 여름을 잊을 수가 없다. 특히 상주하면서 하루하루 전투를 느끈히 치러낸 활동가들과 지역투쟁으로 확대해서 지역연대 투쟁의 모범으로 자리매김했다고 자부하고 있다. 


대책위가 결성되었던 평화콘서트 그날의 감막걸리와 풍성하게 준비된 음식에 반했고, 농성장 당번날에 함께 하지 못해 미안했고, 재기발랄하고 상상력이 넘치는 활동가들을 만날 수 있어서 행복했고, 오늘 이렇게 내 집처럼 편안하게 찾아와 놀고, 먹고, 쉴 수 있는 휴가를 이곳에서 맞이할 수 있어서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Posted by 이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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