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평리, 민중연대의 다른 이름  


변홍철 (청도 345kV 송전탑반대공동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



  “노인봉을 건드려 재앙이 내렸다”

  경북 청도군에 세워진 34만 5천 볼트 송전탑들은, 신고리 핵발전소에서 시작해 기장―양산―정관―밀양―북경남변전소(경남 창녕)까지 이어지는 76만 5천 볼트 송전선로에서 분기해, 청도군 풍각면을 거쳐 각북면으로 연결된다. 송전탑 높이는 평균 70∼80미터이며, 청도 지역 총 40기 중 각북면에만 19기가 세워졌다. 이 가운데 삼평1리에 3기(22~24호)가 세워졌는데, 실제로 7기(22∼28호)가 삼평1리 가시권 안에 있을 뿐 아니라, 그 7기의 송전탑이 마을을 포위하는 형국이다. 

  특히 22호와 23호의 송전선은 삼평1리 마을과 농토를 가로지르고 있다. 22호기 부지는 옛날부터 마을에서 기우제를 올리거나 자식을 낳기 위해 기도하는 자리였다. 그런데 지난 2012년 4월 말, 바로 이 22호기 부지에서 수차례 산을 뒤흔드는 발파작업이 있었다. 송전탑을 세우기 위한 공사가 강행된 것이다. 그리고 며칠 뒤인 5월 8일 어버이날, 엄청난 우박이 삼평1리에 쏟아졌다. 90세 할매는 “내 구십 평생 이런 재앙은 처음이다. 노인봉(22호기 부지인 산을 마을에서 부르는 이름)을 건드려서 이런 재앙이 내렸다”고 한다. 우박 피해는 과수와 양파 농사를 주업으로 하는 마을의 일 년 농사를 망쳤다.  

  그후 주민들은 삼평1리 당산나무(중당, 마을에서는 지금도 정월대보름에 당산제를 지내고 있다) 가까이에 세워지는 24호기 철탑의 위치 변경을 요구했다. 22호기와 같은 ‘재앙’을 두려워해서였다. 그러나 한전은 그 요구를 묵살해버렸고, 결국 24호기 철탑은 당산나무에서 올려다보이는 바로 뒷산에, 마을을 억누르는 듯한 기세로 세워졌다. 

   그리고 2012년 7월 2일, 어린 벼들이 어렵사리 사름을 하고 짙푸르게 자라고 있던 논을 포클레인으로 깔아뭉개면서 23호기 철탑 공사가 시작되었다. 마지막 하나 남은 이 철탑을 막는 과정에서 주민들은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폭력을 당했다. 그때 쓰러진 70대 중반 할매가 단기기억상실증을 겪기도 했다. 심각한 폭력과 인권 침해가 문제가 되어 같은 해 9월 공사는 잠정 중단되었지만, 주민들은 너무도 큰 육체적, 정신적 상처를 입었다. 


  삼평1리만이 남았다

  밀양이 그러했듯, 청도 삼평리 송전탑 공사도 시작 단계부터 심각한 문제들을 안고 있었다. 2006년 1월 11일 한전이 환경영향평가 주민설명회를 개최했다고 하지만, 삼평리를 비롯한 청도 주민 대다수는 그 사실을 전혀 몰랐다. 2007년 산업자원부가 계획을 승인하고, 이듬해 경상북도와 청도군이 사업을 면 단위에 통보했다는 사실도 한참이 지나서야 알게 되었다. 2009년부터 각북면과 풍각면 주민들이 ‘범청도군민연대’를 결성하여 송전탑 반대운동을 벌이기도 했지만, 머지않아 대부분의 마을들이 한전의 회유와 이간질 때문에 떨어져 나가고, 결국 삼평1리만이 외롭게 남게 되었다. 

  삼평1리 마을공동체도 찬반으로 나뉘어 주민들간 반목의 골이 깊게 패였다. 특히 삼평1리 이장이 2009년 주민의견서를 조작, 마치 2006년 환경영향평가에 대해 주민들이 의견을 제출한 것처럼 꾸민 것이 드러나 반대 주민들이 소송을 제기했다. 또 사업 실시계획 및 주민설명회를 제대로 공시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 면장 등 관계 공무원들을 고소하기도 했다. 그러나 법은 반대 주민들 편이 아니었다. 그렇게 삼평1리 반대 주민들은 고립감 속에서 힘겹고 외로운 싸움을 견뎌내야 했다. 그러던 중 2012년 7월부터 대구환경운동연합의 연대를 시작으로, 삼평리 싸움이 세상에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다. 

  삼평리 주민들의 요구는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들의 요구와 같았다. “보상 필요 없다. 그냥 살던 대로 살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송전탑이 들어서면 할매들이 평생을 바쳐 일구어온 논밭은 하루아침에 무용지물이 되어버린다. 그저 논 한 마지기, 밭 한 뙈기가 날아가는 게 아니다. 할매들의 자존심이, 거기에 쏟은 인생이 송두리째 무너지는 일이다. 무엇보다 ‘국책사업’이라는 명목으로 주민들에게 일방적으로 희생을 강요하면서 이루어지는 송전탑 공사를 주민들로서는 용납할 수 없었다. 


  대구경북 지역 시민들과 함께

  2012년 12월 25일 성탄절, 대구경북 시민 50여 명이 삼평리를 찾았다. 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 투쟁과 함께 국정감사를 지나며 문제가 공론화되면서 공사는 잠정적으로 중단된 상태였다. 주민들의 불안감은 여전했지만, 이날 성탄 예배가 계기가 되어, 대구경북의 시민사회단체, 노조, 종교계와 문화예술계 등의 삼평리 연대가 본격화되었다.  

  이듬해인 2013년 3·1절에는 삼평1리 버스정류장 앞에서 ‘삼평리에 평화를’이라는 제목의 콘서트가 열렸다. 대구경북 시민들과 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 주민들 15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삼평리 주민들과 연대 단체들은 ‘청도 345kV 송전탑 반대 공동대책위’를 결성하고 이후 꾸준한 연대를 이어왔다. 

  대책위와 연대자들은 당번을 정해, 날마다 번갈아가며 농성장을 주민들과 함께 지켰다. 특히 23호 송전탑 공사부지 진입로를 ‘삼평리 평화공원’으로 선포하고 시화(詩畵)와 평화를 상징하는 깃발, 허수아비와 새집 등 상징물로 꾸몄다. 2013년 성탄절 행사와 2014년 3.1절 행사 등을 거치면서 ‘삼평리 평화공원’은 송전탑 ‘반대 투쟁’을 넘어 땅과 마을을 지키고 풀뿌리의 평화를 우리 손으로 일궈 나가자는 시민들의 기도와 소망이 서린 성소(聖所)로 거듭났다. 특히 청소년들을 포함한 2백 여명의 시민들이 함께 깎아 세운 ‘생명평화평등’ 장승과 ‘탈핵탈송전탑’ 장승은 삼평리 평화공원 입구에 우뚝 서서 평화의 염원을 상징하는 지역의 명물이 되었다. 

  삼평리 주민들은 마을 안에만 머물지 않고, 전국 각지의 투쟁 현장들로 연대에 나서기도 했다. 같은 처지에 있는 밀양 주민들과의 연대는 말할 것도 없고, 건설노조 대경지부의 크레인 고공농성, 울산 현대자동차 고공농성, 유성기업 희망버스 등 힘없고 억울한 사람들의 싸움을 외면하지 않고 함께 해왔다. 그러면서 주민들은 삼평리의 싸움이 이런 모든 현안들과 같은 뿌리에서 비롯된 것임을 배워왔다. 특히 송전탑 반대 싸움이 탈핵 운동과 하나로 이어진 문제임을 깨달은 주민들은, 삼평리 싸움이 우리 사회의 안전을 위한 공공(公共)의 투쟁이라는 인식을 뚜렷이 갖게 되었다. 


  군사작전처럼 재개된 23호 철탑 공사       

  하지만 2014년 7월 21일 새벽 동이 트기도 전, 한전은 경찰병력 500명을 동원해 마치 군사작전하듯 작은 마을을 ‘점령’하고는 23호 철탑 공사를 재개했다. 2012년 9월 공사를 중단한 뒤로 22개월 만이었다. 특히 한전은 자신들이 법원에 신청한 법적 절차(대체집행 신청에 따른 심리, 7월 25일로 예정되어 있었음)마저도 스스로 깨뜨린 것이다. 

  그로부터 삼평리 할매들과 연대자들은 35도를 오르내리는 뜨거운 날씨와 비바람을 동반한 태풍을 고스란히 맞으며, 공사장 입구에서 농성을 계속했다. “공사 중단”과 “지중화”를 요구하는 주민들의 목소리는 한전 직원들과 경찰의 강경한 대응에 가로막히고 짓밟혔다. 

  특히 70~80대인 할매들은 공사장 입구와 레미콘 트럭 앞에서 한전과 경찰에 수없이 끌려나오고 고착당했다. 여경들에게 폭행을 당해 부상당하고 실신해 병원으로 후송되기를 거듭했다. 그러면서 하루하루 할머니들은 시들고 말라갔다. 할머니들 표현으로는 “지옥 같은” 나날이었다. 

  특히, 마치 한전의 경비용역인 양 굴면서, 반대주민들을 잠재적 범죄자처럼 대하는 경찰의 권위적이고 폭력적인 행태는 주민들과 연대자들의 공분을 샀다. 이것은 밀양 송전탑 반대주민들에 대한 대응 수위보다도 한층 강화된 것으로, ‘여론의 조명을 받지 못하는 현장에 대한 자신감’이 확연하게 드러났다. 불과 10일 만에 연행 18명, 응급후송자 8명, 부상자 속출 등이 경찰의 광기에 가까운 폭력성을 그대로 반증했다. 

  무엇보다 청도경찰서장 이현희의 비이성적이고 비상식적인 언행을 통해, 공권력이 삼평리 주민들을 대하는 권위적 시각을 뚜렷이 확인할 수 있었다. 뙤약볕 아래에서 하루종일 농성을 이어가는 할머니들을 조금이라도 보호하려고 연대시민들이 가림막을 설치하려고 할 때, 이현희 서장은 그것을 강압적으로 막도록 지시했고, 인권보호 차원의 선처를 호소하는 시민들에게 “나는 인권에 관심 없다”고 대꾸했다. 또 공사장 입구에서 억울함을 호소하며 절규하는 할머니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하면서 “주민들이 한전 직원들을 ‘감금’하고 있다”고 표현하는 등, 반인권적인 망언을 잇따라 내뱉아 주민들의 원성을 샀다. 특히 레미콘 트럭 앞에서 절규하는 할머니들을 폭력적으로 끌어내게 한 것은(이현희 서장이 직접 현장지휘), 반인륜적인 처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폭력과 검은 돈의 횡포에 맞서 

  8월 18일 삼평리 할매들은 김관용 경상북도 도지사를 직접 찾아갔다. 공사 재개 이후 29일이 되는 날이었다. 한 달에 가까운 할머니들의 호소와 절규에도 한전은 눈도 꿈쩍하지 않고, 오직 자신들의 일정대로 공사를 강행하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8월 13일 <오마이뉴스>에 김관용 도지사 인터뷰 기사가 실렸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거기에는 삼평리 송전탑 공사에 관한 도지사의 의견이 들어있었다. “주민들 입장에서는 절망적일 것이다. 정부에서 이 분들을 과감히 지원해줘야 한다. 형평성 문제를 고려해야 하겠지만 주민들과 끊임없이 대화하고 때로는 호통도 들어야 한다. 소통을 통해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한전도, 경찰도, 할머니들의 목소리를 들어주지 않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김 도지사의 이런 의견은 할머니들에게 너무도 반갑고 고마운 것이었다. 

  하지만 이튿날인 19일, 전날 할매들에게 “주민들의 억울함이 줄어들도록 중재할 것”이라고 약속했던 김관용 지사는 경찰력을 동원해, 도청에 머무르고 있던 할매들과 연대자들을 폭력적으로 끌어내게 했다. 경찰은 전원 연행 조치하였다. 할매들은 도지사의 약속만 믿고 애가 타는 마음을 눌러가며 대화가 진전되기를 기다리고 있던 중이었다. 그런 할매들을 경찰력을 동원해 강제로 끌어내어 연행한 것은 참으로 비열하고 무책임한 태도이다. 또한 주민이 처한 갈등과 고통을 중재와 행정력으로서 해결하지 못하는 경북도의 무능력을 스스로 드러낸 것에 다름 아니다.   

  하지만 삼평리 할매들과 연대자들은 굴하지 않고 투쟁을 계속 이어갔다. 삼평리 공사현장과 경북도청에서 각각 농성과 연좌투쟁을 계속하였다. 

  그러던 중 추석이 다가왔다. 바로 이 무렵 전국을 떠들썩하게 흔들었던 ‘돈 봉투 사건’이 터진다. 이현희 전 청도경찰서장이 한전으로부터 받은 돈을 자신의 이름이 적힌 봉투에 넣어 주민 7명에게 100만∼500만 원씩, 총 1천700만 원을 전달한 것이다. 이 전 서장은 한전 등으로부터 100만 원의 뇌물을 받았다는 것도 나중에 검찰의 수사로 확인되었다. 또 수사결과 시공업체는 불법적인 방법으로 무려 13억 9천여 만 원의 비자금을 조성하였으며, 이를 한전 전 지사장들과 간부들에게 명절 떡값, 여름 휴가비, 부임 인사비 등 명목으로 제공해 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현희 전 서장의 ‘돈 봉투’ 살포가 즉시 확인, 폭로될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삼평리 할매들의 ‘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동안의 연대투쟁으로 주민들과 대책위 사이에 튼튼한 신뢰감이 형성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정당한 투쟁을 더러운 돈으로 매수하려는 경찰과 한전의 한심한 수작을 결코 용납할 수 없었던 할매들은 이 사실을 즉시 대책위에 알렸고, 대책위는 즉각 이 전 서장과 한전 관계자들을 고소함으로써, 전국적 이슈가 된 것이다. 현재 이 전 서장과 한전 및 시공사 관련자들이 불구속 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있다.    


  우정과 연대의 힘

  11월 11~13일 삼평리 주민들은 밀양 어르신들과 함께 상경 투쟁 길에 나섰다. 비록 철탑이 다 세워지고 전선이 걸리고 있지만, 투쟁을 끝내지 않을 것임을 다시 한번 분명히 선언하기 위한 여정이었다. 이 상경 투쟁에서 삼평리 주민들은 여러 송전탑 피해지역 주민들, 핵발전소 피해지역 주민들과 함께 증언대회를 열고, 탈핵 투쟁과 탈송전탑 투쟁의 연대를 선언했다. 또 전원개발촉진법, 전기사업법, 송주법 등 에너지 3대 악법의 개정 투쟁을 선언했다. 그리고 경찰이 그동안 주민들에게 가한 폭력과 인권유린을 규탄하고 이에 대한 응징 투쟁을 선언했다. 그뿐 아니라, 세월호 유가족, 쌍용차 노동자들, 코오롱 노동자들 같은 함께 고통받는 민중 형제자매들을 방문하여 연대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이어서 12월 15~17일에는 역시 밀양 주민들과 함께 ‘72시간 송년회’라는 이름으로 연대를 이어갔다. 스타케미칼, 쌍용차, 코오롱, 유성기업의 투쟁하는 노동자들, 그리고 2014년을 누구보다도 고통스럽게 보냈을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을 찾아가 다시 한번 연대의 정을 나누었다. 삼평리 주민들은 이러한 연대를 통해, 우리의 싸움이 같은 뿌리를 가진 수많은 고통의 현장들과 이어져 있는 싸움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배웠다.  

  또 성탄절에는 대구지역 기독인들이 2012년부터 이어오고 있는 성탄예배가 “다시 희망을 이야기하다”라는 주제로 열렸다. 날씨는 춥고 바람도 몹시 차가웠지만, 가난하고 핍박받는 이들의 해방을 위해 이 땅에 오신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며, 기도하고 노래 부르고, 정성어린 선물을 나누었다.  

  끊임없는 연대와 방문 덕분에, 삼평리 주민들은 같이 웃고, 밥상을 나누고, 겨울을 견뎌내었다. 겨울바람이 유난히 거센 마을, 게다가 흉물스럽게 서 있는 송전탑과 거대한 채찍처럼 허공을 때리는 전선의 소음 때문에 자칫 을씨년스러워질 수 있는 마을에 그나마 활기가 이어졌다.  

  그동안 대구와 경북 지역뿐 아니라, 전국의 수많은 시민들과 단체들이 연대해 준 덕분에 삼평리 주민들은 힘을 잃지 않고 잘 버텨올 수 있었다. 돌아보기조차 끔찍한 2014년이었지만, 그래도 그 지옥 같은 시간 속에서 전국의 연대 시민들을 만나게 되었고, 우정과 연대의 정을 나눌 수 있었다. 

  그동안의 연대에 보답하는 길은 ‘삼평리 시즌2’를 통해 이 싸움을 끈질기게 이어가는 것이라고 주민들과 대책위는 생각한다. 비록 지금은 송전탑 공사가 마무리되고, 한전은 시험송전을 하고 있다. 하지만 삼평리 할매들 말처럼 이 공사는 결코 끝난 것이 아니다. 폭력과 검은 돈으로 세운 저 송전탑을 뽑아내야만 이 공사는 비로소 끝나는 것이다. 주민들의 삶이 이 땅에서 계속되는 한 투쟁은 끝난 것이 아니다. 삼평리 주민들과 대책위는 결코 낙담하지 않고 ‘삼평리 시즌2’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송전탑 반대 운동의 확산, 마을공동체의 회복, 그리고 법적 대응 등이 이 ‘시즌2’ 활동의 주요 과제들이다. 


  송전탑 반대 투쟁의 확대

  작년 11월 2일, 삼평리 새 농성장을 열었다. 한 달이 넘는 시간 동안 참으로 많은 동지들이 새 농성장을 만들고 꾸미는 데 힘을 보태 주었다. 새 농성장을 중심으로 할매들은 겨울을 났고, 이제 새 봄을 맞고 있다.  

  그렇게 마을에서의 농성 투쟁을 완강하게 계속하면서, 전국의 탈송전탑-탈핵운동 세력, 여러 피해지역 주민과 연대시민들과 함께하는 투쟁으로 확산시켜갈 것이다. 밀양 등 다른 송전선로 피해지역 주민들과 연대하여 이미 ‘전국 송전탑 반대 네트워크’(전송넷)를 결성하기도 하였다. 


  마을공동체 회복

  또 다른 한편으로 ‘마을공동체 회복’의 과제를 안고, ‘국가의 폭력’에 맞서 ‘마을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투쟁해온 삼평리를 평화의 마을, 저항의 공동체로 다시 세우기 위한 노력들을 해나갈 것이다. 주민들의 농사일을 돕고, 활동가들이 한명 두명 삼평리에 뿌리를 내리면서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어 나가고 있는 것이 바로 이 과제의 일환들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삼평리 평화센터’를 설립하고자 한다. 지금은 상주 활동가들의 생활공간 역할을 하고 있지만, 이것을 앞으로 삼평리 마을공동체 활동을 위한 거점으로 세우려고 한다. 평화센터를 중심으로 마을 안에 사랑방(북카페), 연구소, 공방, 작은 도서관, 연대자들과 함께 농사짓는 작은 농장 등 새로운 공간들을 하나씩 둘씩 배치해 나가자는 꿈을 갖고 있다. 그밖에도 삼평리 평화학교, 장터, 장승제, 인문학캠프, 영화제 등 삼평리 투쟁의 의미를 여러 각도에서 규명하고 계승하기 위한 프로그램들도 하나씩 기획해 나갈 참이다.  


  법적 대응

  주민들과 연대자들이 그동안 투쟁 과정에서 업무방해, 집시법 위반 등으로 조사받고 있거나 기소되어 재판을 받게 될 사건들에 대해, 최선을 다해 대응하는 법적 투쟁이 우리 앞에 큰 과제로 놓여 있다. 

  동시에 한전이 그동안 주민들에게 가했던 폭력, 그리고 지난 추석 연휴 때 발생한 ‘돈 봉투’ 사건처럼 불법적으로 조성해 운용해 온 비자금 문제 등에 대해 철저히 수사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도록 하는 것은 비단 삼평리만의 문제를 넘어 우리 사회의 정의를 다시 세우는 중요한 투쟁이다. 

  또 경찰이 주민들에게 가했던 모든 폭력과 인권 유린에 대해 사죄하도록 만들고, 주민들에게 끼친 정신적 물질적 고통을 배상하도록 하는 투쟁도 ‘국가폭력’에 맞서는 투쟁으로서 피할 수 없는 과제이다. 

  많은 주민들과 연대자들이 그동안 투쟁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업무방해, 집시법 위반 등으로 연행되거나 고소되어 조사를 받아왔다. 그리고 차례차례 기소되어 재판을 받기 시작했다. 아마도 30명이 넘는 주민, 활동가들이 앞으로 법정에 서게 될 것 같다. 다행히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대구지부 변호사들이, 실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의 비용으로 기꺼이 변호를 맡아주기로 하여, 큰 걱정을 덜게 되었다. 

  그러나 아마도 밀양 주민들의 앞선 판례에 비추어 본다면, 삼평리 주민들과 대책위가 감당해야 할 벌금의 규모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한다. 업무방해 등 형사소송의 결과로 앞으로 주민과 활동가들에게 부과될 벌금이 줄잡아 1억 원 정도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이와 별도로, 한전이 민사소송으로 주민과 활동가들에게 받아내겠다고 하는 이행강제금이 무려 2억 2천만 원에 이른다. 물론 이에 대해서는 현재 재판이 진행중이며, 터무니없는 한전의 주장에 맞서 법정에서 끈기있게 다투고 있다.

  이 작은 마을에서, 이런 엄청난 이행강제금과 벌금형이 예상되는 것만 보더라도, 그동안 삼평리 투쟁이 얼마나 격렬했는지, 또 주민들이 겪은 고통과 억울함이 얼마나 참담했을지 반증한다. 


  고향의 봄

  ‘법률기금’을 조성하기 위한 ‘삼평리 법률기금 마련을 위한 후원의 밤’이 지난 3월 6일 전국의 여러 연대시민들의 도움으로 성공적으로 치러졌다. 또 이 행사를 전후하여 대구경북의 기독교계는 ‘고난 받는 이웃을 위한 평화음악회’를 열었고, 지역의 미술작가들은 ‘후원전시회’를 여는 등 각계의 참여와 연대가 잇따랐다. 

  삼평리 주민이자 대책위 공동대표인 빈기수 씨가 ‘후원의밤’ 행사를 마치고 쓴 편지의 일부를 인용한다. 

  “후원의밤이 잘 성사될 수 있도록 전국 각지에서 물심양면으로 힘을 모아주시고 성원해 주신, 이름을 일일이 열거할 수 없는 삼평리의 친구들께, 할매들과 함께 큰 절로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지난 7년간의 싸움을 ‘투쟁’이라는 단어로 표현하시고 ‘동지’라는 단어가 입에 익어가는 우리 할매들, “그렇게 많은 사람 모인 건 처음 봤다” 하시며 고맙다고 지금도 농성장에서 두고두고 얘기를 나누십니다. 여러분들의 관심과 격려에 힘 받아, 전국에 산재해 있는 투쟁의 현장들에서 승리의 함성과 노래가 들리는 날까지, 삼평리 할매들과 끝까지 함께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불편한 자리에서 모든 분들을 다 잘 모시지는 못해 죄송하다는 말씀드리며, 머지않아 사과꽃 피고 복사꽃 피는 삼평리에 언제든 놀러 오시면, 이번에 못 다한 대접 잘 하겠다는 약속을 드립니다. 늘 삼평리와 함께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삼평리 할매들과 주민들은 지난 2009년부터, 주민 동의도 없이 강행되는 송전탑 공사에 맞서, 참으로 눈물겨운 저항을 해왔다. 특히 작년 7월 21일, 아무런 사전 예고도 없이 갑작스레 강행된 마지막 23호 철탑 공사에 맞서 생존권과 재산권을 지키기 위해 온몸으로 싸웠다. 

  무엇보다 이러한 초고압 송전선로 공사가 사실은 정부나 한전이 주장하는 것처럼 정당하고 합법적인 ‘국책사업’이라기보다는, 대기업의 이익과 대도시의 전기소비를 위해 농촌 주민들이 일방적으로 희생을 감수해야만 하는 잘못된 전력 정책으로 인한 비극이라는 ‘진실’을 우리 사회에 알리기 위해, 밀양 주민들과 연대해 외치고 또 외쳤다.

  삼평리 투쟁은 그 과정에서 한 마을의 문제, 그리고 송전탑과 전력정책의 문제를 넘어 민중운동의 중요한 한 모범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국가의 폭력에 맞서 마을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전 사회가 연대하는 계기를 통해, 아래로부터 ‘민주주의’를 다시 세우고 ‘공공성’을 민중의 관점에서 새롭게 규명하는 민중투쟁의 중요한 전범을 창출하게 된 것이다. 비록 송전탑이 다 세워지고 전선이 다 걸려 시험송전이 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그동안의 광범위하고 힘있는 연대의 경험과 기억은 우리 운동의 새로운 전망을 모색하는 데 매우 큰 기여를 했다고 본다. 

  앞으로 ‘삼평리 시즌2’에 대구경북 지역의 노동자-민중운동이 지속적인 관심과 연대로 함께 해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 


Posted by 이보나

댓글을 달아 주세요

논 평

청도345kV송전탑반대

공동대책위원회

제목

이현희 전 청도 서장 등에 대한 법원 선고

범죄의 심각성 인식하지 못한 솜방망이 처벌에 불과

일 자

2015년 05월 21()

문 의

집행위원장 변홍철 010-4690-0742

상황실장 이보나 010-4444-1210

 

 

이현희 전 청도 서장 등에 대한 법원 선고

범죄의 심각성 인식하지 못한 솜방망이 처벌에 불과

 

법원(대구지법 제5형사단독 김승곤 부장판사)이 21일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는 경북 청도 주민들을 회유하기 위해 돈 봉투를 돌린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등으로 기소된 이현희 전 청도경찰서장에게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벌금 200만원과 추징금 100만원도 함께 선고됐다또 이현희 전 서장에게 뇌물을 준 혐의(뇌물공여)로 기소된 한전 대구경북지사 직원과 시공사 관계자 2명에게는 벌금 100200만원을 선고했다.

 

삼평리 주민과 우리 대책위는 법원의 이번 선고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범죄의 심각성에 비해 그 처벌 수준이 너무 가볍기 때문이다이 사건은 현직 경찰 공무원의 뇌물 수령과 주민 매수 협조그리고 공기업 및 시행사의 상습적이고 구조적인 불법비자금 커넥션과 뇌물 공여라는 매우 중한 반사회적 범죄이다특히 한전의 송전탑 관련 갈등지역에서 끊임없이 되풀이되고 있는 불법과 비리를 상징적으로 보여 준 사건이다.

 

우리가 누누이 지적했지만청도 삼평리에서 확인된 한전과 시공업체 간의 검은 돈 수수는 단언컨대 빙산의 한 조각에 불과하다그런데 이 정도 솜방망이 처벌로 마무리한다면불법과 비리의 악순환을 결코 끊어내지 못할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한전·경찰에 대한 법의 잣대와 주민·연대자들에 대한 잣대가 너무나도 달라법원의 형평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선고이다.

 

지금 한창 진행되고 있는 삼평리 주민과 연대자들에 대한 재판에서는평균 300만원 이상의 무거운 벌금형이 잇따라 선고되고 있다. 500만원 이상의 벌금형 선고도 있다과연 주민들이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부당한 공사에 항의한 행위들이 그토록 중범죄인가연로한 주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생업을 접어 두고 현장으로 달려갔던 시민들의 행동이 과연 그런 중형을 받을 만큼 심각한 것인가.

 

오늘 선고를 통해 법원은 형평성이 없음을 스스로 드러냈다법원이 법의 엄중함과 권위를 스스로 실추시키고 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이것이 법의 판단이라면이 따위 법과 공권력을 누가 신뢰하겠는가.

 

검찰의 안이한 수사와 편향적인 기소도 다시 한번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작년 11월 7일 경찰은 이현희 전 청도서장을 직권남용 및 뇌물수수 혐의로이강현 전 한전 대구경북건설지사장 등 한전 간부 10여 명을 뇌물수수 및 공여 혐의로그리고 시공업체 대표 등 3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업무상횡령및 뇌물공여 혐의로이상 총14명을 입건검찰에 송치했다그런데 검찰은 4명만을 불구속 기소하면서 추가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나그후 추가 기소가 있었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다.

 

주민과 연대시민들의 사소한 행위는 빼놓지 않고 그렇게 열심히 수사하고 기소해 대던 검찰이 어째서 한전 및 시공사 관련 피의자 대부분을 기소하지 않았는지 참으로 의아스럽다범죄사실을 입증할 증거를 찾지 못했다는 말인가주민과 연대자들의 범죄사실은 그토록 잘 찾아내던 검찰의 실력은 어디 간 것인가.

 

우리는 범죄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솜방망이 선고를 내린 법원을 규탄한다그리고 검찰이 이번 선고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는지 지켜볼 것이다이현희 전 서장과 한전 및 시공사 관계자들의 범죄는 매우 엄중한 것이며 반사회적인 것이다검찰은 즉시 항소해야 마땅하며,법원은 재심을 통해 그 죄에 합당한 더욱 무거운 처벌로써 일벌백계해야 한다.

 

 

2015년 5월 21

청도 345kV 송전탑 반대 공동대책위원회


-- 

이보나 청도345kV송전탑반대공동대책위원회 상황실장

M. 010-4444-1210
F. 070-8868-3450



Posted by 이보나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