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지역에 건설하려는 고압 송전선이 주민들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는 사실이 한국전력의 내부 연구보고서를 통해 드러났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장하나 의원(민주당)은 한국전력 송변전건설처가 작성한 '가공송전선로 전자계 노출량 조사연구 보고서'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765㎸ 송전선으로부터 80m 이내에 거주할 경우 어린이의 백혈병 발병률이 3.8배가량 높아지는 수준의 전자파에 노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28일 밝혔다. 장 의원은 "이 보고서는 한전이 송전선로 건설로 인한 민원에 대응하기 위해 2009년 대한전기학회에 용역을 발주해 2010년 보고받은 것"이라며 "당시 연구진은 전국 242개소를 선정해 전자계의 노출량을 측정한 뒤 연평균 노출량을 추정했다"고 설명했다. 전자계는 송전선로 등에서 발생하는 전자파의 한 종류다.

당시 한전이 765㎸ 송전선로 38곳 인근의 전자파 노출량을 측정한 결과 80m 떨어진 지점에서 평균 3.6mG(밀리가우스·전자파의 세기를 표시하는 단위)의 수치가 측정됐다. 또 345㎸ 송전선로 83곳에서는 40m 떨어진 지점의 전자파 노출량이 평균 4.0mG로 나타났다. 한전 보고서의 측정치를 바탕으로 1년 동안 평균적으로 노출되는 전자파량을 계산해보면 765㎸ 송전선로의 80m 이내 거주자는 3.7mG의 전자파에, 345㎸ 송전선의 40m 이내 거주자는 3.8mG의 전자파에 각각 노출된다.

장 의원은 "이런 수치는 모두 미국·스웨덴 전문가들이 실험을 통해 소아백혈병과 각종 암 발병률이 높아진다고 경고한 바 있는 위험기준을 넘어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벨의학상 심사기관인 스웨덴 카롤린스카연구소의 페이칭 마리아 연구원 등이 1992년 낸 스웨덴의 고압 송전선과 주변 지역 소아암 발병률에 관한 논문은 "1~2.9mG에 노출된 아동군의 백혈병 유발률은 1.5배, 3mG에 노출된 군은 3.8배였다"고 밝히고 있다. 이 논문에는 "고압선로 50m 이내 주택의 경우 아동백혈병 유발률은 2.9배 높았다"고 적시됐다.

현재 한전이 밀양에 설치 계획 중인 송전선로 중 일부는 주민들의 주거지나 농경지로부터 80m 이내에 세워질 예정이다. 밀양 765㎸ 송전탑 반대 대책위 이계삼 사무국장은 "송전선로가 주택이나 농경지에서 80m 안쪽에 세워질 뿐 아니라 주민들이 일상적으로 다녀야 하는 외길 위를 송전선로가 지나는 곳도 많다"고 말했다.

장 의원은 "한국의 산업계에서 정한 833mG라는 전자파 노출기준은 스위스의 414배, 네덜란드의 108배, 이탈리아의 83배에 이르는 비정상적인 수준"이라며 한국도 선진국 수준으로 전자파 노출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진국들은 한국보다 한층 엄격한 전자파 노출기준을 세우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장기적 노출기준을 1mG로 정하고 있으며 스웨덴·네덜란드도 각각 2mG, 4mG의 기준을 세워놓고 있다. 환경부도 2002~2005년 실시한 송전선로 주변 학교 학생의 극저주파 자기장 노출평가에서 송전선과 거주지 거리가 100m 이내인 초등학생의 멜라토닌과 성장호르몬 분비량이 유의미한 수준으로 낮게 나타났다고 밝힌 바 있다.

<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

[경향블로그]

Posted by 이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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