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 03. 법적대응 

“재판도 투쟁, 의연하게 이겨내고 공동으로 대응”
삼평리 투쟁 ‘기소자 총회’ 열려


변홍철 (청도 345kV 송전탑 반대 공동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 


지난 4월 28일, 대구의 소셜마켓에서는 좀 특이한 모임이 열렸다. ‘기소자 총회’라는 이름으로 열린 이 자리에는 그동안 삼평리 투쟁 과정에서 업무방해, 집시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주민과 활동가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지금까지 삼평리 투쟁 과정에서 형사 사건으로 기소된 사람들은 모두 24명. 이번 모임은 그동안 진행된 재판 과정을 공유하고, 공동대응의 원칙을 재확인하고 결의하는 자리. 

“한전 직원들 도시락 반입 과정에서 실랑이를 벌이다 손에 김칫국물이 묻었는데, 그게 경찰 옷에 묻었다고 ‘재물손괴’래요. 판사도 어이가 없었는지, 그 옷은 빨면 되는 거 아니냐 하고 검사한테 물었어요.”

“현장에서 경찰들과 몸싸움하다가 체포되었는데, 정작 공소장 내용에는 체포 당시 사유와는 전혀 다른 내용이 적혀 있어요. 경찰들이 채증한 사진들 중에서 내 손가락 하나가 경찰 목에 닿는 것처럼 보이는 장면을 증거로 내밀고는, 경찰이 손가락에 찔려서 호흡이 곤란했다고 증언했다는 거예요. 그것도 그 자리에서 바로 그런 게 아니라, 한참 뒤에. 내가 엄청난 무공을 가진 사람인가 봐요.” 


돌아가면서 재판 과정을 이야기하는 동안, 여러 차례 웃음이 터지고, 어이없다는 탄식이 쏟아졌다. 그만큼 경찰과 검찰의 수사와 기소내용 중에는 무리하게 짜맞춘 내용들이 많다. 정당한 항의를 ‘불법’이라는 이름으로 옭아매기 위한 사법당국의 억지 논리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지금까지 모두 10명의 연대자들이 50만원에서 500만원까지의 벌금형 또는 실형을 1심에서 선고받았다. 그중 8명은 선고 결과에 불복하여 항소하거나 검찰이 항소함으로써 2심을 준비중이며, 2명은 벌금형이 확정되었다. 나머지 14명은 1심 재판이 계속 진행중이다. 워낙 사건들이 많다 보니, 앞으로 추가로 기소되는 경우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주민들과 대책위가 감당해야 할 벌금의 규모는 상당할 것으로 예상한다. 

또 이와 별도로, 한전이 민사소송으로 주민과 활동가들에게 받아내겠다고 하는 이행강제금이 무려 2억 2천만 원에 이른다. 이에 대해서는 민사 재판이 진행중이며, 터무니없는 한전의 주장에 맞서 법정에서 끈기있게 다투고 있다. 얼마 전 조정을 거쳐 재판부가 4천만 원의 ‘합의 권고 결정’을 한 바 있으나, 주민과 대책위는 한전의 소송이 “금전으로 정당한 주민 투쟁을 압박함으로써 타지역 투쟁에 본보기를 보이려는 비겁하고 치졸한 수단”으로 규정, 이를 거부하고 이의신청을 내었다. 

한편 ‘삼평리 법률기금 마련을 위한 후원의 밤’이 지난 3월 6일 전국의 여러 연대시민들의 도움으로 성공적으로 치러졌다. 또 이 행사를 전후하여 대구경북의 기독교계는 ‘고난 받는 이웃을 위한 평화음악회’를 열었고, 지역의 미술작가들은 ‘후원전시회’를 여는 등 각계의 참여와 연대가 잇따랐다. 

‘기소자 총회’에 모인 주민과 활동가들은 “삼평리 투쟁은 참으로 값진 연대의 경험이었다. 국가폭력에 맞서 정의와 민주주의, 마을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함께 투쟁한 것이기 때문에, 재판까지 받아야 하는 지금 상황이 다소 억울하고 번거롭기도 하지만, 그러나 조금의 후회도 없다. 함께 싸워온 것처럼 앞으로 법적 대응도 함께 헤쳐나가고 그 책임도 연대하여 지도록 하자. 최선의 노력을 한 다음 결과가 나오면, 그것이 개인에게 부담이나 피해로 돌아가지 않도록 공동으로 대응하자. 또, 비록 힘겨운 재판이지만, 다퉈야 할 쟁점들을 충분히 다투고 진실을 밝힐 수 있도록, 필요한 경우 항소와 상고 등을 통해 끝까지 투쟁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참석자 중에는 앞으로 벌금이 부과될 경우, 노역형을 통해 공권력의 부당함에 대해 불복하고 항의하는 투쟁을 하겠다는 결의를 밝힌 젊은 활동가도 있었다. 주민 동의를 받지 못한 채 경찰의 ‘폭력’과 한전의 ‘검은 돈’으로 밀어붙인 송전탑 공사에 대한 이들의 분노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Posted by 이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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